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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이 하면 불륜, 내가 하면 로맨스


차에 타고 있을 때는
늦게 가는 행인을 욕하고,
횡단보도 건널 때는
빵빵되는 운전사를 욕한다.


남이 천천히 차를 몰면
소심 운전이고,
내가 천천히 몰면
안전운전이다.


남의 남편이
설거지를 하면 공처가고,
내 남편이
설거지 하면 애처가다.


며느리는 남편에게 쥐어 살아야 하고,
딸은 남편을 휘어잡고 살아야 한다.


사위가 처가에 자주
오는 일은 당연한 일이고,
내 아들이 처가에 자주
가는 일은 줏대 없는 일이다.


남의 자식이 어른에게 대드는
것은 버릇없는 것이고,
내 자식이 어른에게 대드는 것은
자기주장이 뚜렷한 것이다.


남이 하면 불륜이고
내가 하면 로맨스다.

스스로 높아진 자아는
가족 간에 끊임없는 갈등을 양산해낸다.


부엌과 베란다 사이 문지방 위에
물 컵이 놓여있다.
아내가 미처 물 컵을 보지 못해
발로 차는 바람에 깨져버렸다.
지켜보던 남편이 호통을 친다.


“아니, 바닥에 있는 물건도
제대로 못보고 다녀?
무슨 여자가 그렇게
덜렁대? 좀 조심하지.” 


며칠 후, 동일한 장소에
또 그 물 컵이 놓여있다.

이번에는 남편이 문지방을
넘다가 깨뜨렸다.
그런데 아내에게 호통을 친다. 


“아니, 물건 하나도
제대로 정리를 못해?
물 컵이 문지방위에 있으면 어떡하냐고?
썼으면 그때그때
제자리에 두어야지!”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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